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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카르멘 시할머니 집에 가는 날에는 모두들 기분이 들떠 있다.
유쾌한 성격의 할머니는 방문하는 모든 이들을 미소 짓게 만지는 멋진 분이신데, 뿐만 아니라, 할머니를 평생 보살피고 있는 든든한 두 딸들, 시이모 들은 음식 솜씨가 굉장히 좋기 때문이다. 

할머니에게 장수의 비결은 아마도 긍정적이고 유쾌한 성격이 아닐까 예측해 본다.


 
세 모녀의 사연

카르멘 시할머니 104살, 시어머니 78세 (1년 전 나이로), 시이모 릴라 74살, 막내 시이모 마르타 60살. 셋이 합치면 무려 238살이다. 어머니와 두 딸, 세명의 여인들이 모여사는 이유에는 남모를 사연이 있다.


먼저, 카르멘 할머니는 슬하에 총 9남매를 두셨는데, 자식들이 모두 성장하여 떠나고, (2명의 자녀를 앞서 보냈다고 한다.) 남편과 살고 있었지만, 90살 때 남편이 돌아가셔서 혼자가 되셨다고 합니다. 시이모 릴라 여사는 약 20년 전에 남편과 사별하였는데, 자녀가 없었다고 하며,  막내 시이모 마르타 여사는 자식은 하나 있지만, 평생 결혼은 하지 않은 미혼모의 길을 선택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혼자된 어머니를 보살피며 같이 모시고 산다고 한다.

릴라, 마르타, 클레멘시아 여사


큰 수입이 없이, 노인연금으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생활이 넉넉치는 않지만, 항상 점심을 정성스럽게 차려주시는 마음 따뜻한 분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항상 먹을 것과 생필품 위주로 각자 조금씩 돈을 보태서  양손 가득 도착한다. 

카르멘 할머니

1년 365일 카르멘 할머니의 하얀색 앞치마가 눈에 띈다. 5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평생을 같은 복장으로 사셨다고 하는데, 부엌에서 일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시지는 않지만, 유니크한 할머니의 패션, 꼭 허리에 묶는 새하얀 앞치마여야 한다는 까다로운 취향이 있으시다.
또 하나, 할머니의 헤어 스타일은 총총 땋은 머리인데, 이것도 꼭 한 가지 헤어 스타일을 고집하신다고 한다.


할머니의 간식 시간. 꼭 정해진 시간에 드신다. 특히, 카르멘 할머니는 초코 라테(코코아)를 좋아하셔서, 우유는 꼭 준비하고,  또르띠야를 드시기 때문에 재료가 되는 옥수수가루도 꼭 챙겨가곤 했다. 커피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마시며, 두 딸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커피, 빵 한 조각과 크림치즈를 좋아하신다고 한다.
사탕은 한 봉지를 다 드리면 한꺼번에 드실 수 있기 때문에 이모들께 맡기는 편이 좋다. 
치아는 당연히 틀니 이기에, 딱딱한 하드캔디 보다는 물렁물렁하고 부드러운 타입의 캔드를 사는 것도 포인트다.

하늘나라로 가신 카르멘 할머니


그러나 이제, 카르멘 할머니를 볼 수는 없게 되었다.
작년 2018년, 화장실에서 넘어지셔서 대퇴부 골절상을 입으신 후 수술을 하셨는데,  
수술은 잘 되어 퇴원을 기대하고 있던 찰나에, 급성 신장염으로 악화되어 약 2주 정도 고생하시다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장례식을 치른 지 약 1년이 되어가는 시점, 다음주 쯤에는 시이모 들을 보러 가려고 계획 중이다. 왕복 총 5시간 이상이 걸리는 거리이기에, 시어머니도 이제 장시간 차를 타고 가는 것이 힘겨우시다고 한다.

거실에 도착하면 새하얀 앞치마를 입고, 언제라도 우리를 반겨줄 것 같은 카르멘 할머니,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길 기도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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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코스새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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